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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

우울증의 신경학적 관점-염증(2)

by 생산 하세 2022. 9. 24.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우울증

스트레스 취약성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은 우울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동물 및 사람 연구들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을 우울장애의 주된 기전이나 모형으로 삼아 실험을 진행하고 연구결과를 우울장애에도 확대 적용하기도 한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HIPA) 축의 과활성과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농도 상승은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과 부정적인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뇌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기전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HPA 축의 활성화이다. 이러한 HPA 축의 활성화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신경내분비계통의 변화이기도 하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지각하게 되면, 해마에서 시상하부로 신호를 전달한다. 시상 하부에서는 실방핵에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여기에서 스트레스에 관련된 정보를 통합한다.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은 뇌하수체 문맥계로 분비되어 뇌하수체 전엽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부신피질자극호르 몬은 혈류를 타고 부신피질에 도달하여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분비를 촉진한다. 분비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약 90%는 코르티코스테론-결합 글로불린에 결합하고 비결합 상태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뇌 내의 해마 등에 분포되어 있는 수용체에 결합한다. 이렇게 글루 코코르티코이드가 해마의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해마에서는 시상하부에서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신호를 내보낸다. 뒤이어 뇌하수체에서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와 부신피질에서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억제로 이어지는 부정적 되먹임 고리를 형성한다. 이러한 부정적 되먹임 기전이 손상되는 경우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HPA 축이 항시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글루코코르티코이드도 계속 상승되어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계속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지속적인 증가는 해마의 신경세포의 증식과 생성을 억제한다. 만성적으로 상승되어 있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또한 치상회에서 성인기 신경발생을 억제한다. 이러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만성적인 상승과 그와 관련된 성인기 신경발생의 억제는 우울장애의 병인론에 핵심 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HPA 축의 지속적인 활성화가 모든 우울장애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략 절반 정도의 주요 우울장애 환자들에서 이러한 신경 내분비계 활성화가 관찰되는데, 주로 중증 우울장애와 정신병적 우울장애, 자살성향이 높은 군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맥으로 주입된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에 대한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반응의 둔마, 뇌척수액 내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 농도의 증가 역시 발견되었다. 증 가된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 전달로 인한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 수용체의 하향 조절에도 불구하고, 우울장애 환자의 사후 부검 연구에서는 시상하부 실방핵에서 코르티코 트로피 분비호르몬 증가가 관찰되었다. 또한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 및 극심한 우울장애는 중추적으로 투입된 코르터코트로핀 분비 호르몬의 영향과 많은 유사점이 있다. 이것은 각성의 증가, 식욕과 성욕의 감소, 심박수의 증가와 혈압의 상승 등을 포함한다. 이는 과활성된 HPA 축이고 코르티솔혈증뿐 아니라 시상하부의 증가된 코르티코트로핀 분비호르몬 전달을 통하여 우울장애의 발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수상돌기 말단 또는 새로운 신경세포생성의 감소와 같은 동물 모델에서 발견된 스트레스로 야기된 해마의 변화는 일부 우울장애 환자에게서 보고되는 해마 용적의 감소와 관련 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마 용적의 감소가 우울장애에 의한 것인지, 다른 선행 요인에 의한 결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동물 모델에서 항우울제 중 일부는 치상회에서의 신경 발생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해마 피라미드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말단의 감소를 반전시킨다.

최근 연구결과들은 항우울제들이 해마의 수상돌기에서 신경염증으로 인한 손상을 억제하고 신경발생을 촉진시키는 기전을 통해서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특히 단일 성분의 항우울제보다는 복합적인 작용 기전을 나타낼 수 있도록 다약제 항우울제 처치가 효과적이라는 결과들도 제시되고 있다.
우울장애에서 HIPA 축의 과활성과 코르티솔 투여에 대한 저항성이 학계에 보고된 지 수 십 년 이상 경과하였지만, 여전히 신경 내분비계 시스템의 장애가 우울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적 요소인지, 아니면 다른 우울장애 유발요인에 의해 수반되거나 그로 인한 결과를 상쇄시키기 위해 보상적으로 과활성화되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규명된 바가 없다. 다만 이에 대한 두 가지 관점에서 유력한 가설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HPA 축의 이상이 우울장애를 유발하는 병인적 역할을 한다는 관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일 뉴클레오티드 다형태 연구 및 최근의 후성유전학적 연구에서 많은 근 거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호성유전학적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생애 초기 학대와 방임 및 기타 외성적 경험들을 한 경우에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유전자가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메틸화에 의해 발현이 억제된다. 이렇게 발현이 억제된 해마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는 온전히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결합하여 시상하부에 되먹임 신호를 보낼 수 없게 되고, 이는 HPA 축의 과활성과 글루코코르티코이드 과다 분비로 이어지게 된다. 동물 모델에서는 생애 초기 고난과 이로 인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어떻게 우울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지 단초를 제공해주었다. 어미 쥐에서 적절한 양육을 제공해주지 못하게 만들자, 새끼 쥐들이 생애 초기 고난과 역경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들 쥐에서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유전자의 메틸화가 증가되었고, 이는 곧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반응성 저하로 이어져, 스트 레스 상황에서 HIPA 축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과활성 되는 기전을 설명하였다.


둘째, HIPA 축의 과활성이 우울장애를 유발하는 다른 요인들의 작용에 수반되거나, 혹 은 그 작용을 상쇄시키기 위한 보상적인 결과라는 견해이다. 이에 대해서는 염증반응과의 관련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HPA 축과 코르티솔 분비는 염증반응 및 사이토카인 분비와 비슷한 작용을 한다. 사이토카인과 코르티솔 모두 평상시의 저농도에서는 신경발생 등과 같은 신경보호요인에 주로 관여하다가, 부정적 되먹임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만 성적으로 그 분비가 증가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신경발생을 억제하고 신경퇴행을 유발한 다. 우울장애와 같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염증반응과 HPA 축이 각각 활성화된다.
그리고 이렇게 활성화된 시스템은 상호 간의 활성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HPA 축은 해마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서 체내에 분비되어 작용 중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제 대로 인지하지 못하여 지속적으로 과활성 상태에 놓여 있다. 염증반응은 사이토카인을 비롯한 염증촉진인자들의 유전적 취약성과 미세아교세포의 이상 등으로 억제성 사이토카인 의 활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지속적인 활성화 상태에 있다. 여러 동물실험에서 고 농도의 코르티솔은 해마의 신경발생을 억제하고 신경퇴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해마의 신경발생을 저해하는 작용은 염증반응과 무관하게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장애에서 HIPA 축이 과활성 상태의 유발 원인 중 하나로 염증반응 이 제기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염증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에 우울장애에서 통제 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있는 염증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코르티술을 많이 분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HIPA 축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 다는 논리이다.
우울장애에서 HIPA, 축의 과활성과 염증은 각각의 개별적인 작용 및 상호 관련성에 대한 확실한 정립이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울장애의 병인론과 신경내분기계봉과의 관련 성을 연절하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들이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영구 성과들과 가설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